현재의 소극적 경쟁관계도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재편

얼마 전 의대 학생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앞으로 의료시장이 어떻게 변할까요?” 물론 학생들에게 의료시장은 아직 세상 밖 일이겠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삶이 벌어질 환경에 대한 궁금증인지라 진지함이 느껴졌다.

간단히 대답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다. 생각끝에 답을 떠올려보며 학생들에게 되물었다. “현재와 미래의 의료시장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나요? 그걸 알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나요?”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문득 관련 신문기사가 떠올랐다.

무한 경쟁 무한 확장의 시대가 열릴 것인가? 한명의 의사가 여러 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것은 합법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의사 박 모씨가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기소된 사건에서 이 같은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 보냈다. 이는 유능한 의사들이 여러 개의 병원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이어서 앞으로 대형화한 기업형 병원이 나올지 주목된다.” – 2004. 1.17. 매일경제 –

무한경쟁 시대 속에서도 지금껏 의료시장은 예외적으로 소극적 경쟁을 해왔다. 근래에는 학연 등을 고려한 암묵적 시장 나누기 식이었던 예전에 비해 한층 경쟁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일반 기업이나 영리업체들에 비하면 의료시장의 경쟁이란 낭만적인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의 기사는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비록 보건복지부는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하고 있으나 이러한 판결이 시행된다면 병원의 대형화를 통한 기업화, 병원 NETWORK의 가속화, 개인병원의 M&A가 촉진될 것이다. 여기에 의료시장의 개방으로 외국의 거대 자본까지 투입된다면 이러한 현상들은 더욱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결국 현재의 소극적 경쟁관계도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재편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학생들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의료시장의 무한경쟁, 무한 개방”이 될 것이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서 내 놓은 의료법시행규칙 개정령에서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의료광고의 범위 및 전문간호사의 종류를 확대함으로써 환자의 알권리와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전문간호사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등 현행 의료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려는 것임.

1. 의료광고의 범위에 인터넷 홈페이지의 주소, 의료인의 환자수에 대한 비치비율, 의료인의 경력 및 의료기관평가의 결과 등을 포함시켜 국민이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

2. 의료기관평가 중 정기평가는 3년마다 실시하도록 하고, 평가의 범위는 대상의료기관의 시설, 장비 및 인력, 의료서비스 제공과정 및 환자만족도 등으로 하며, 의료기관평가의 평가의 절차 방법 및 평가결과의 공표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정함

이 개정령의 골자는 첫째, 지금껏 심하게 규제를 하고 있던 의료광고의 범위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환자들의 알권리를 높이는 취지이고 둘째, 환자들의 의료기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3년마다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의료기관의 평가 범위가 의료기관의 시설, 장비,인력을 따져보는 규모와 환자만족도, 의료서비스 제공 등을 평가하는 의료기관의 서비스 등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앞으로 의료기관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발빠른 움직임은 있어왔다. 의원급임에도 규모를 키워 여러 의사가 공동개원 하고 있고, 개인이 경영하는 의원의 경우, 상호보완 되는 진료과목끼리의 결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진료과목 내 각각의 아이템 전문가들과의 CO-WORK을 통해 규모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전문성의 세분화를 통한 핵심역량 발굴에 역점을 두고 발전해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뛰어들려면 욕심을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냉정하게 자기의 역할을 생각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선 정보수집과 철저한 분석을 통해 관점부터 시장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경영자로서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욕심만으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측수요와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확장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발목을 잡힐 수 밖에 없다. 덩치를 키우는 것 자체가 경쟁력일수는 없다. 오히려 덩치는 경쟁력의 결과여야 한다.

사업화되는 경향을 겪고는 있지만, 의료는 서비스업이다. 따라서 사업의 본질을 여전히 진료 시스템으로 계획 중이라면, 서비스 자체의 질을 높이는 데 승부를 걸어야 한다. 환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내부직원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요즈음의 패러다임이다. 내부직원의 만족도와 환자만족도는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병원 내 코디네이터 양성 및 주기적인 직원 친절교육 뿐만 아니라 직원의 능력과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동기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변화무쌍한 시기를 맞고 있는 의료시장.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읽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한다. 늘 호기심을 가지고 정보를 모으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 그것이 “의료시장의 변화’에 정확하게 대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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